홍보실의 하루 (픽션)

2024. 11. 19. 14:09Article

올해부터 대학 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첫 직장이라 어색하고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나름 이곳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여튼 평온하기 그지없는 홍보실 하루를 소개한다.

 

고요한 월요일 

 

오전 9시 10분, 대학 홍보팀 사무실

 

카카오톡으로 메시지가 왔다.

 

     (카카오톡 대화)

 

     (단톡방)

     센터장: 좋은 아침입니다. 10시 30분에 회의 잠깐 하겠습니다.

     다같이: 넵

 

     (나-비서)

     나: 촬영 지원 스케줄 있나요?

     비서: 업무협약과 행사 일정입니다. 추가되는 일정 있으시면 말씀드릴게요~

     나: 네~

 

오전 10시 30분, 대학 홍보팀 사무실

 

사무실 중앙 테이블에 모여 앉는다.

 

     센터장: 자 비서팀부터 업무 말씀해 주세요.

     비서: 이번주 일정은....

     ...

 

다른 담당자가 보고할 때는 아침이라 집중이 되지 않아 정신이 아득해진다. 센터장이 나를 부르면 그때 정신을 차리고 저번주 완료한 일과 앞으로의 일을 보고한다.

 

     나: 이번주 촬영 지원은 업무협약이 하나 있으며, 내일 있을 축제 기간 사진 촬영 예정입니다. 이후 공식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피드에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센터장: 네 1년에 한 번하는 행사니까 온라인으로 홍보 잘 부탁드립니다. 자 됐죠? 다들 이번주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같이: 넵

 

오전 11시, 대학 본부 건물 회의실

 

나는 업무협약이 이루어지는 모습과 단체 사진을 촬영한다. 실내는 어둡기 때문에 스토로보를 사용하며 S/125 F4.5 ISO 1250 으로 설정을 맞춘다.

 

     총장: 안녕하세요.

     상대: 안녕하십니까, 총장님

     ... 이야기 중

 

     사회자: 두 분 앞으로 나오셔서 기념 촬영 진행하겠습니다,

     나: 촬영 진행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찰칵찰칵 / 네 감사합니다.

 

오전 11시 30분, 대학 홍보팀 사무실

 

업무협약이 마치면 바로 사무실로 돌아와 사진을 보정한다. 사진은 기본적인 노출보정만 하는 편이다.

 

오후 12시-1시, 점심시간

 

주로 교직원 식당을 이용하거나 도시락을 가지고 와서 식사한다.

 

오후 1시, 대학 홍보팀 사무실

 

오전에 진행한 업무협약 사진을 보정하고 이후에 팀에 공유한다.

 

날씨가 좋다면 캠퍼스 촬영을 수시로 나간다. 생각보다 교내가 넓고 예쁜 장소가 많아 기본 1시간 30분 정도 촬영하며 과하면 3시간 동안도 촬영한다. 촬영한 캠퍼스 사진은 대학 홈페이지 혹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다.

 

 

오후 5시,  퇴근



축제 기간 3일

 

축제는 3일 동안 이루어지며, 다양한 부서에서 여러 행사를 진행한다, 메인 무대는 대학 본부 건물 앞 잔디 광장에서 진행되며, 무대는 3일 동안 다양한 공연으로 계속해서 꾸며진다. 취업박람회도 함께 진행된다.

 

오전 10시, 대학 홍보팀 사무실

 

     팀장 : 오늘 축제 시작이지요? 3일 동안 수고해 주시고 홍보 잘 부탁드립니다.

     나 : 네, 수시로 밖으로 나가서 촬영 진행하겠습니다.

 

오전 10시 30분, 취업박람회,ㅇ기업의 부스 등...(잔디광장)

 

     나 : 안녕하세요. 홍보팀에서 나왔습니다. 촬영 진행해도 괜찮을까요?

     부스 : 네 괜찮습니다.

     ...

     나 : 안녕하세요~ ㅇㅇ대 홍보팀입니다. 박람회 참여하고 계시는 모습이 즐거워 보이는데 혹시 기념 촬영해도 괜찮을까요? 사진은 공식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될 수도 있습니다!

     학생 : 네 괜찮아요!

     나 :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

 

각 부스를 돌며 촬영 허락받고 촬영을 진행한다. 부스를 즐기는 학생들의 모습을 허락 아래에 촬영한다. 학생들의 얼굴이 드러나는 사진을 촬영할 경우에는 학생들에게 소속을 말하고 SNS 업로드 동의를 구한 후 촬영을 진행한다.

 

오전 11시 50분, 홍보팀 사무실

 

여러 행사가 동시에 일루어지기 때문에 시간 분배를 생각하며 촬영 시간을 조절한다. 그 사이에 틈이 생기면 홍보팀 사무실로 돌아가 사진을 간단하게 보정한 후 보정한 사진을 대학 공식 SNS에 업로드하여 실시간으로 축제를 홍보한다.

 

오후 1시, 홍보팀 사무실

 

아무리 바빠도 점심식사를 해야 밤까지 힘내서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밥을 먹는다. 대신 식어도 맛있는 도시락! 원할머니 보쌈도시락으로 먹는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며 먹기)

 

오전에 진행한 촬영 방식으로 저녁에 진행하는 공연 전까지 계속 부스를 돌아다니며 촬영한다.

 

오후 6시, 중앙무대(잔디광장)

 

저녁이 되면 잔디광장에선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다양한 공연이 시작된다. 나는 중앙무대로 들어가 무대를 촬영한다.

 

     나 : 홍보팀에서 나왔습니다.

     가드 : 넵.

 

초반에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동아리 공연이 시작된다. 붉은 노을이 지는 하늘 아래 열정 가득한 학생들의 공연은 알 수 없는 뭉클함이 있다.

 

오후 8시, 중앙무대(잔디광장)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연예인들의 초대 공연이 다가온다. 학생들의 열정에 보답하듯 연예인들의 공연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아직 더위가 가시기 전이라서 가수들은 무대를 하며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나는 촬영 장비에 물이 들어가는 걸 주의하며 수시로 렌즈를 닦아야 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촬영하기 위해 셔터 스피드, ISO, 조리개를 최대로 올린다. 촬영하며 감도를 6400까지 올린 것은 처음이었다. 정신없이 카메라를 혹사 시키며 촬영하면 어느새 뜨거웠던 무대는 끝이 나고 중앙무대는 적막만 가득해진다. 혼자 주섬주섬 장비를 정리하고 사무실로 돌아가 정리하면 하루가 끝난다.

 

오후 10시, 홍보팀 사무실

 

     나: 너무 힘들다.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지..

 

이번 대학 축제 3일 동안 모든 행사를 돌아다니며 촬영을 진행하며 청춘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만약 청춘의 한 순간을 정의한다면 대학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의 모습으로 정의할 것 같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대학시절이 떠올랐다. 만약 대학의 다니던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축제를 즐길 것 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하지만 나는 돌아간다고 해서 대학 축제를 즐기진 않을 것 같다.
 
사람들이 너무 많고, 소란스럽고, 복잡하고 나는 3일 동안 낡고 지쳤으며 더 이상 축제 촬영 못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젠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었다. 

 

END

 

글 / 사진 조정향